#004: 추돌 사고

평일 오전 뒤에서 느닷없이 쾅! 고속도로에서 난데없이 뒤에서 나를 사정없이 들이받았다.

냉정히 생각하면 “초”소형차임을 고려할 때 심하게 다쳤거나 그렇게 내 인생을 마감하며 죽을 수도 있었겠다…

내가 죽으면 내 소셜미디어에 남긴 나의 흔적이 내 짧은 삶을 조명해 볼 수 있는 렌즈가 되었겠지… (너무 어둡나요. 😆)

그렇게 생각하면 존재감도 없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보다 나의 발자취를 소셜미디어에 남기는 게 더 좋을 듯하다. 그래, 나는 내가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계속 연재하겠다. 입 꽉 다문 조개 같았던 삶을 살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입을 도무지 닫을 수 없다. 이상하게도 계속 말하고 싶고, 쓰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니.

사고 얼마 후 든 슬픈 생각은 이 도로에서 로드킬 신세가 되었다면 그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란 것… 나 홀로 이국땅에 있으니.

어두운 생각이지만 내 일 속에서 교통사고 피해자들을 통역하며 늘 본다. 하나의 사고로 360도 뒤바뀌는 삶…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행, 한평생 뭘 그리 지키려는지 아등바등 살아온 우리의 삶을 한 방에 과격하니…

건강 하나를 잃으면 삶의 모든 것들, 자동 상실이다. 복귀는 없다. 예전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내가 죽으면 캐나다 신문 부고에 이렇게 나겠지. “한국이란 나라에서 한 젊은 여성이 홀로 와 법정 통역사로서 일생을 살았다. 그녀는 캐나다 사법 정의 실현에 나름 기여했다.”

꼭 어두운 생각만은 꼭 아닌 것이 누가 그러지 않았나, 하루를 마치 삶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며 살라고. 결국 우리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함으로써 흐트러진 초점을 다시 제로로 맞출 수 있으니.

바로 이 시점에서(쌩뚱맞게도) 노래 한 곡이 내 마음속에 슬며시 떠오른다.

바로 수프얀 스티븐스 (Sufjan Stevens)의 Fourth of July

“우린 모두 결국 죽겠지요” 하고 노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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