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미니멀리스트로 살기

한때 행복을 어디서 찾아야 할 지 모를 때가 있었다. 가령, 새 물건을 통해 기분이 ‘뜨는’ 감각을 붙잡고 행복을 느끼려 했던 시절이 있었다.

뜨는 기분은 곧 내려오게 마련이니 난 또 내 기분을 ‘업’시킬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깨우침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그렇게 잡히지 않았던 시간을 지나고 난 성숙하고 있나 보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수 없이 이사를 다니며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은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음을 여실히 깨달았으니. 내 물건 하나하나 그 존재의 가치를 따져야 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신발 50켤레 이상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신발하니… 요전 날 북한 난민이 6개월의 수감 생활 후 감방에서 나왔다. 초라한 슬리퍼를 끌고 나와 바깥세상에 나가려니 신발이 필요하다. 사회 복지사가 기부방으로 안내한다. 그는 신발 두 켤레를 손에 간신히 쥐고는 두 개 다 가져가면 안 되는지 조심스레 묻는다. 복지사는 인자한 눈빛으로 다음 사람을 위해 남겨 두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순간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된다. 신발장에 쳐박혀 나뒹구는 내 신발들이 떠오른다.

내 라이프 프로젝트: 가능한 적게 소유하자. 미니멀리스트 되기. 그저 그런 신발 오십 개가 아닌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신발 딱 다섯 개만 소유하자. (#곤도마리)

대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많이 갖고 싶다.

건강한 심장, 밝은 눈, 튼튼한 몸과 정신을 갖고 싶다.

내 머릿속에 든 것은 모두 내 것이다. 그 누구도 훔쳐 갈 수 없는 나의 재산. 내 지식, 내 언어 스킬, 모두 다 내 것.

나를 위해주는 마음들… 날 진정 위해주는 사람들, 그런 마음들도 돈 주고 살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난 이미 많은 것을 갖고 있다.

나는 건강하다.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깨끗한 공기, 내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이 하루, 나만의 소중한 기억과 이야기들이 있다.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

온전히 내 것인 내 삶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어려움이 있기에 기쁨이 배로 되고 기쁨은 어려움을 견딜 수 있게 만드니…

내 앞에 펼쳐진 연못, 그립게 아름다운 연못, 숲과 꽃 냄새, 모두 내 것인 양 두고, 주변의 모든 것이 내 것인양 보면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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