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온 길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 살았던 당시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이민자들을 도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경험은 제 마음속 깊은 곳에 큰 인상을 남겼고 그 계기로 전문 의료 통역사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전문 지식을 넓히기 위해 노바스코샤 커뮤니티 대학(NSCC)에서 법정 통역사 양성 과정을 밟고 노바스코샤 법무부(DOJ) 공인 법정 통역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2012년 토론토로 이주를 결정하고 또다시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이력서를 손에 쥐고 직접 발품을 팔며 일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감사하게도 한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통·번역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고 틈틈이 커뮤니티 통역 일을 병행했습니다.
탈북자들의 난민 신청이 폭증했던 2013년 당시 크리스티 난민환영센터에서 사내 통역사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때 종일 통역했던 그 시간이 최고의 통역 단련 훈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통역하느라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았던 날들이 허다했으니까요. 북한 난민 통역은 쉼터에서 시작되어 청문회 통역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캐나다 정부로부터 추방당할 위기에 놓인 북한 사람들을 취재한 방송 통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알 자지라 뉴스, 2018).
대학생들을 가르치던 당시 매 학기 현장 학습으로 형사 법원 견학을 시켰는데, 법정 통역과의 운명적 만남은 그렇게 우연히 이루어집니다. 당시 온타리오주에 법무부 공인 통역 시험(시역, 순차 통역, 동시 통역)에 합격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차 서류 전형에 지원했으나 정부 초청 없이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기에 1년 넘게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2013년 온주 공인 법정 통역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십 년간 쉬지 않고 수백 명에 달하는 한국 이민자들, 변호사, 북한 난민들, 의사, 법원, 기업, 에이전시, 방송국 등에서 통역 및 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2019년에 인연을 맺었던 고객을 몇 꼽자면 유나이티드 웨이(컨퍼런스 통역), 토론토 국제영화제, 캐나다 TV 채널 머치뮤직(K-팝 스타 원더걸스의 전직 멤버 선미 & 한국 아이돌 그룹 NCT), CBC(캐나다 공영 방송국) 김씨의 편의점(한국어 코치), 캐나다 금융감독원(OSFI),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총리실, 신한은행 캐나다 지점 등이 있습니다. 자세한 고객 목록은 '최근 고객' 페이지를 참조하십시오.
2018년에는 국내 최고 통·번역사 양성 교육 기관인 한국외국어대 대학교 통번역대학원(GSIT)에 치열한 입학 경쟁률을 뚫고 1차 필기와 2차 구두 시험에 모두 합격하여 최고의 교수진 하에 통·번역 기술을 연마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당년 한영과 대표직을 역임하며 부족한 리더십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제 일은 저의 소중한 소명입니다. 가끔 이런 일에 이토록 꼭 맞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제 일을 사랑합니다. 일 자체는 근본적으로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제 일을 통해 대부분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법정 통역사 주준희 씨의 책(미국 법정 블루스)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법정, 인간의 가장 낮은 곳이다. 가장 절망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하면 할수록 제 마음속 감사의 깊이는 한없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제 일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통역 현장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에 놓인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아마도 제가 보고 듣는 일들은 한 개인이 일평생 다 경험하지 못할 일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의 삶 속에 밀접히 다가설 수 있음은 하나의 특권입니다.
저는 평생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배움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며 남을 도울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한가한 시간에는 오디오북 청취, 글쓰기, 운동, 요가, 익숙하지 않은 재료로 요리 탐구하기를 즐겨 합니다. 일 속에서 늘 새로운 경험을 하지만, 제 욕심은 뭐든지 경험하고, 늘 배우고, 끊임없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좋은 물건을 가진 사람보다는 경험과 추억을 쌓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수년간 일궈온 제 통·번역 비즈니스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만은 아닙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하면서 저를 한 단계 발전된 사람, 더 강한 사람이 되도록 단련시키는 동력이 되어 주었으니까요. 저는 오늘도 매일 실패하며 실패 속에서 배움을 거듭합니다. 수많은 실패를 통해 이 웹사이트를 제 손으로 직접 지은 것처럼요. 저는 늘 그렇게 실패와 배움을 거듭하여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온라인 사무소를 짓게 되어 너무 뿌듯합니다.
마지막 숨과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이 세상에 가치를 더하고 타인에게 유익한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저만이 창조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니 참된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